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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뭉클한 진주

맡기신 바구니를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by 지역쓰담 2014. 8. 27.

(1)강진탕 이야기

 

“그동안 강진탕을 애용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금번 8월로 폐업하오니 맡기신 바구니를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진주시 남강변에서 천전시장으로 가는 길목이다. 강진탕 여탕 문과 남탕 문 사이 작은 벽보가 붙어 있다. 강진탕은 이곳 주민들의 추억과 생활이 가득한 곳이다. 하지만 8월로 문을 닫는다고 한다. ‘맡기신 바구니를 찾아가라’는 건 바구니를 목욕탕에 둘 만큼 자주 드나들던 단골에게 알리는 말이다.

 

 

이곳은 현재 천전동이지만 지난해 5월 행정동 통합으로 천전동이 되기 전에는 칠암동이었다. 이곳은 1970년대부터 진주시에서 ‘좀 사는’ 주택가였다. 주거 문화가 아파트를 적극 선호하는 형태로 바뀌고, 주택일지라도 집집마다 목욕탕 한 칸 씩을 둠으로써 대중목욕탕은 점점 쓸모없게 됐다.

1990년에 인수를 했는데 그전부터 하던 목욕탕이었지예. 지난 7월에 공고를 할 때는 수리를 해서 820일 이후 다시 문을 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더라고요. 한 달 사이에 급작스럽게 폐업을 결정했지예.

 

 

강진탕 여주인은 점점 줄어들던 손님이 2년 전부터 급격히 줄어들어 도저히 기름 값을 감당할 수 없었노라고 말했다.

“그라모는 다른 용도로 쓰는 겁니꺼? 굴뚝은 철거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데 우찌 할라고예?

“리모델링 해서 일반 가게로 쓸 거라예. 굴뚝은 철거 비용도 문제지만 주변 건물들이 붙어있어 철거할 때 위험하기도 하고 다른 분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니니 그대로 둘까 해예. 기념적일 것도 같고….

 

특별히 대안이 없음이 읽혀진다. 천전시장에서 장을 보고 오던 주민들은 “아이구, 기어이 없어지네. 우짜노”라며 건물을 힐끔거렸다.

더 이상 이용하지는 않지만 사라지는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드러난다.

그래, 이젠 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 주말 행사였던 목욕 따위는.

그래, 이젠 하진 않는다. 명절 때면 발 디딜 곳 없이 빼곡히 차 있는 목욕탕에서 자리를 잡으려고 애쓰던 일 따위는.

그리고 이젠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세 자매가 두 개 뿐인 이태리타올을 돌려쓰며 때를 밀다가 목욕탕 문을 나올 때면 서로를 쳐다보며 마구 깔깔대던….

“언니야, 니 얼굴이 너무 빨갛다아이가. 웃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