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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수행의 길에서 생명·평화를 말하다 Travel / 이웃사촌-전라도 구석구석 5 전북 남원 실상사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가 센 곳이라, 왜놈들도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던 곳이었지. 그 놈들 이 기를 누르려고 벨 짓을 다 했다네. 전해져 내려오기로는 실상사가 흥하면 일본이 망하고 일본이 흥하면 실상사가 망한다는구만. 여기 땅 기운이 나라를 지킨다는 게지.” 아버지와 함께 실상사를 찾아 떠난 길이었다. 여러 번 이곳에 왔다는 아버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에서 ‘기가 센 곳’임을 강조했다. 아버지에게는 실상사는 나라의 흥망을 쥐고 있을 만큼 기운 센 곳, 지리산 자락에 있는 천년고찰, 호국사찰로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곳이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내가 실상사라는 이름을 접하고 주목하게 된 것은 10년 여 전, 아버지와는 다른 이.. 2013. 4. 29.
그때 남해 총각 여수 처녀는 어디로 갔을까 Travel/ 이웃사촌-전라도 구석구석 6 전남 여수 오동도 “아이구, 이번엔 꽃이 좀 늦게 피더니 다른 때보다 일찍 지는 것 같네요. 요즘은 꽃 피는 것도, 지는 것도 알 수가 없어.” 섬 가장자리 이층 찻집, 젊은 아주머니는 드나드는 손님은 없고 그다지 별로 서두를 것도 없다는 듯 커피잔을 탁자 위에 놓으며 무심히 말했다. “길 따라 쭉 올라가면 천지 피어있는 걸 볼 수 있을 거예요.” ‘바다 위의 꽃섬’이라 불리는 섬. 그곳의 붉은 꽃을 보러 갔다. 턱없이 어수선한 봄날, 이름 불리는 봄꽃들보다 살짝 잊혀져가고 있는 그 꽃을 보러 갔었다. 지리산 자락 구례 산동에는 산수유 물길이 골짜기를 따라 노오란 사태를 일으키며 아찔하도록 서글픈 풍경을 펼치고 있을 때였다. 섬진강 물길을 따라 피고 지는 매화꽃.. 2013. 4. 29.
손대지 않아 옛것 그대로인 고성공룡시장 “읍에 가모는 새 시장도 있지만 우시장도 있는데….” “우시장? 소 시장이라쿠는 거는 전부 상설이 아이고 장날이 정해져 있을낀데.” “그기 아이고 읍에서 위쪽에 있다꼬 우엣시장, 우시장이라쿠데예.” “아하, 우엣장.” “어쨋든 그 시장이 우리 어렸을 때부텀 있던 장이라예. 원래 중앙시장이었어예.” 경남 고성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다는, 지금도 친정집이 고성군청 앞에 있다는 후배를 길잡이 삼아 떠난 시장 취재 길이었다. “한 20년 넘게 폐쇄됐던 겁니더. 고성시장 취재한대서 새 시장 취재하는 줄 알았습니더. 아무래도 주민들도 새 시장을 이용하고 또 더 규모가 큰 시장이라….” 고성군청 이수열 행정과장은 뜻밖이라는 표정이었다. “새 시장도 좋겠지만 요즘 시장들이 현대화시설 하면서 다 엇비슷한데, 공룡시장은 아.. 2012. 1. 3.